새로운 길
스위스의 물가 (숙소, 식사 등)
11mn
2017. 8. 17. 11:48
혼자 떠난 스위스 여행 3일차
##1. 혼란속의 숙면
많이 피곤하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어제 총 이동한거리는 약 20km, 27000보 정도였다. 아마도 좋은공기를 많이 마시고 좋은 경치를 즐겨서 피로가 덜 찾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 까지 멈추지않고 이동하는 여정은 분명 꽤나 강한 여독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저녁 10시경 깊은 복식호흡과 함께 잠들기 시작했다. 한 새벽 2~3시 정도였을까? 옆방인지 밖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젊은이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아마도 친구들과 함께 깊게 한잔 들이키며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일 것이다. 물론 호텔 프론트에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을 했지만, 프론트에 전화를 해서 얻게되는 안정보다 그냥 꼼짝안하고 누워서 에너지를 재충전 하는것이 훨씬 나을것같다는 생각에 계속 잠을 청했다.
##2. 의외로 맘에 드는 숙소
구질구질 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점점 이곳의 편안함에 익숙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방 안에 세면대가 덩그러니 있는것이 마치 기형적으로 건축된 고시원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은 의외로 깔끔하고 환경또한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복도에서 누구를 마주칠 일도 없고, 마주친다 해도 이곳은 스위스이기 떄문에 난 노팬티에 상의 탈의 상태로 샤워실로 향했다. 강력한 물줄기에 뚤릴것 같은 피부를 어루만지며 샤워를 하다보니 옆의 창문으로 눈이 갔다. 작은 창문이었지만 습기를 내보내기엔 충분한 사이즈였다. 그리고 이 창문을 열어보니, 몸은 따듯하고 얼굴은 시원한 것이 가보지도 않은 일본 노천탕 같은 느낌이었다. '호오..... 뭐지 이 즐거움은?' 싱긋 웃으며 샤워를 신나게 마쳤다.
방으로 돌아와 로션과 썬크림등을 바르고 머리를 손질했다. 호텔 조식은 7시부터 제공 된다고 하니, 짐을 챙겨두고 7시에 칼같이 조식을 먹은 다음, 짐을 로비에 맡겨두고 필라투스로 향할 예정이다. 짐을 기차역에서 맡아주긴 하지만 거기에도 5~8CHF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니, 그냥 익숙해진 이곳의 버스 시스템을 이용해서 돈을 더 아껴야겠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열심히 아끼며 다녀도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식비와 음료 비용에 허리가 휠지도 모르니 말이다. 더욱이, 오늘은 필라투스를 다녀온 다음, 인터라켄으로 이동해서 가볍게 도시 구경을 할 생각이니 비용이 더 들수도 있다. 늘 예산을 초과하는 여행을 다니다가, 이번에 예산을 좀 칼같이 지키는 여행을 하려다 보니 나름 재미가 있다. 이젠 좀 삶의 통제력을 가져야겠다.
##3. 즐거움을 주는 것.
멋진 카페, 근사한 풍경, 맑은 하늘. 명확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이것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얻게되는 생각의 흐름을 즐긴다. 멋진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때 어제의 스트레스와 고민거리들이 차곡차곡 정리된다. 들판에 누워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먼지같은 고민들이 실제 먼지였다는 것을 깨닿는다. 그렇게 인간의 삶은 몰랐던 것을 깨닿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일련의 과정(경험)과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의외로 금전적 값어치에 비례하지 않는다. 하늘의 구름과 창밖의 멋진 풍경을 위해선 수십만원을 지불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간과 풍경이 우리의 주위엔 많지 않기에, 스위스가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것이 아닐까?
##4. 알흫나슣탘트 Alpnachstad
우리나라에는 없는 발음인 흨 이나 할핰 같은 것들은 한글로 표기하기가 참 어렵다. 물론 영어로도 한글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기 어렵다.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데 수많은 불특정 변동의 폭풍 덕에 이렇게나 삶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는 더욱 예측 불가능하지 않을까?
##5. 조식
하루 세끼 중에선 아침 식사를 가장 좋아한다. 특히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맞이하는 조식은 하루의 큰 활력소가 된다. Hotel Alpha에서의 생활은 대부분의 것들이 '의외로'괜찮았지만, 조식은 정말 괜찮았다. 빵과 과일 씨리얼등이야 보통 이상은 되었지만,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햇살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기분을 즐거운 상태로 유지시켜 주었다. 다음에 또 Lucerne에 들르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또 이곳에 머무르지 않을까?
##6. Pilatus
아직 융프라우와 마테호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는 조금 이를 수 있지만, Pilatus는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산중에선 가장 아름다웠다. 믿을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관경이 이렇게 펼쳐질 수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눈 앞에 보고 있지만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조금 격한 표현을 쓰자면, 그 산의 흙 한줌 한줌을 평생 몸소 느끼며 소똥과 함께 뒹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큰 용이 날개를 퍼덕이며 산 능선을 따라 날아들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울리는 소의 방울 소리들. 그 사이의 작은 길들을 어떤이는 두 다리로 느끼고 있었고, 어떤이는 산악자전거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물론 그 계속 사이를 두둥실 떠다니는 패러글라이딩도 있었다. 가파른 산의 옆면을 따라 부딛히는 바람 덕에 패러글라이딩은 출발한 곳보다 더 높은곳까지 떠다니며, 그 목적지가 하늘 속인양 구름으로 파고들었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아마 그날따라 기분이 좋은 놀이공원 바이킹 알바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7. 환상적인 점심식사
기대했던 것 이상의 필라투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니 상당히 배가 고팠다. 이렇게 멋진 필라투스에서 이 즐거움 그대로 만점짜리 점심식사에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얼탱이 없게 비쌀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내가 언제 이런 용의 산에서 점심을 먹겠는가?! 그렇게 난 당당하게 테라스에 앉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나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 동네 유일한 독고다이 한국인 여행객이기에, 식사 매뉴판을 주문했다. 후... 그래도 비싸긴 너무 비쌌다. 뭐 잘 모르겠지만 대충 25~35CHF정도였다. 그나마 미국처럼 뒷통수치는 텍스나 팁이 없어서 다행인것 같다만, 그래도 충분히 부담되는 가격이긴 했다.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이럴때 자주하는 방법인 웨이트리스 추천매뉴를 시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가 고른것은 35CHF짜리 RIB. 뭐 이정도면 한 45000원 정도 한다고보면된다. 근데 뭐 내가 여기서 무슨 중동 기름부자 자식도 아니고, 혼자 맥주랑 감자튀김 먹듯 RIB을 먹을 것인가? 그래서 그냥 치킨이나 뭐 없냐고 했더니 있다면서 25CHF짜리 매뉴를 보여준다. 난 쿨하게 응! 좋아 뭐 그걸로 하지 뭐! 라고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물었다. 마실건 필요 없니? 물론 뭐 필요 없다. 만원 주고 병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찬물이면 될것같아! 물이나 줘! 그렇다. 오늘 내가 마신 물은 역삼동 설렁탕보다 비쌌다. 이윽고 매뉴가 나왔고. 역시나 맛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입이 짧은 편은 아닌데, 그냥 딱 드는 생각이, 회사 짤리면 스위스에서 요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하니 입에 뭘 집어 넣어도 행복하겠지. 그래서 고립된 나라일수록 식문화가 발달하나 보다. 근데 왜 영국음식은 그모양이지?
##8. Interlaken
식사를 마치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의 중간쯤 내려가보니 봅슬레이 같은 놀이기구가 있다. 사진을 찍으면 벌금100CHF라길래, 후덜덜 떨면서 나무막대기 처럼 줄 딱딱서고 놀이기구만 딱 즐겼다. Pilatus산의 모든것을 빼놓지 않고 즐긴다음 다시 숙소로 들어오니 약 2:30 정도 됐다. 맡겨둔 짐을 찾고 마치 집앞의 지하철을 타듯 호텔 앞의 버스를 타고 Lucerne기차역으로 향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에 소행성이 떨어지지 않는이상 Lucerne가이드는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정도는 아니었지만, 깔끔하게 만보정도를 걸어서인지 꽤나피로가 밀려왔다. 인터라켄까지는 두시간 거리였고,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금방 도착했다.
짐을 풀고 시내를 살짝 돌아봤다. 확실히 유명한 관광지여서 그런지 Lucerne 보다는 스위스 고유의 냄새가 좀 덜났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광지이기 때문에 일부러 옛날느낌을 더욱 많이 유지하려 한 것 같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 내일이나 모레 시간 여유가 있을때 자전거를 한대 빌려서 한번 돌아봐야겠다.
점심을 너무 과하게? 먹었더니 저녁은 좀 저렴하게 먹고싶었다. 한끼에 2만원 한다는 맥도날드에 가봤다. 의외로 가격은 약 15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물론 뭐 한번 먹어볼까도 생각했으나, 에어컨도 안나오는 더운 매장 안에서 꾸역꾸역 감튀를 밀어넣고 싶진 않았다. 씁슬하게 길을 나와보니 크레이프를 만드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래! 이거면 가볍게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 물론 아주 간편했고 가격도 가벼웠다 13000밖에 안했다.... 갑자기 슬퍼진다.
##9. Hotel De la Paix
이름만 보면 18세기 프랑스 궁전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18세기 프랑스 모텔같다. 하지만 의외로 창밖의 풍경이 나쁘지 않고, 글을 쓰는 이 상황에도 창밖에는 촉촉히 비가 내리는 중이며, 이 방엔 에어컨이 없기에, 웃통을 벗고 노팬티로 반바지만 입고 저녁을 즐기고 있다. 물론 맥주와 샌드위치. 그리고 에비앙과 함께하고 있다. 에비앙이 천원밖에 안한다는 건 참... 축복이다. 에비앙의 물맛은 뭐 에비앙 에비앙 하다.
##10. 캐녀닝 Chli Schliere
캐녀닝이라 함은 자연속을 뛰고 뛰어내리고 허우적대는 그런 엑티비티 이다. 그냥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는 자연속 체력 강화 훈련 같은것이라고 한다. 뭐 도전 드림팀 같은 그런게 아닐까 싶다. 물론 실제로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 스위스를 방문했던 모든 지인들은 인터라켄의 캐녀닝을 아주 추천했고, 나에게 그 중 최고 난이도인 흘리 쉴리에에 도전하라고 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과정이 많다고 하는데, 맥주를 챙겨가야하나 싶다. 솔직히 약간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