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스위스 캐녀닝 최고레벨 경험 후기 (흘리쉴리에)

11mn 2017. 8. 17. 13:21

혼자 떠난 스위스 여행 4일차

 
##1. Hotel De la Paix 의 환상적인 조식
아무래도 스위스 호텔의 공통적인 포인트인것 같다. 많은 숙소를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곳이 나의 세번째 숙소이다. 그리고 그 감상평을 짧게 적어보자면, 처음엔 낡은 시설에 실망하지만, 곧 그 디테일과 따듯함에 놀라게 된다. 곧 무너질것 같은 100년은 되어보이는 엘레베이터. 꾸역꾸역 만들어 놓은 고시원같은 방. 하지만 이 엘레베이터도 이젠 타는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고, 방의 야외 풍경과 그 따듯함에 놀라고 있다. 아. 조식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여하튼 푹 자고 일어나서 아침 7시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리고 그 조식은 날 놀래키기 충분했다. 특히 과일사발은 정말 말 그대로 다양한 과일을 사발째로 먹을 수 있었다. 또한 독일과 스위스에서 많이 먹는다는 뮤즐리 또한 너무 맛있었다. 캐녀닝을 위한 셔틀버스가 7:45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아침 식사를 30분만에 끝내야 했다. 내일은 좀 더 여유있는 아침식사를 즐겨야겠다. 
 
##2. 캐녀닝 (Chli Schliere)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다. Liverpool에서 음대를 막 졸업한 Ian과, (나와 이름이 같다) 그의 아버지 Eric, 오스트리아 형제? 친구? 세명. 그리고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Logan과 그의 친구. (생각해보니 이름들이 참 다 재미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 이렇게 8명은 한 팀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계곡을 뛰어다니며 점프하고 다이빙하고 레펠낙하를 하며 스위스 산을 온 몸으로 느꼈다. 언젠가부터는 산악훈련을 나온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더욱이 날도 흐리고 비도 조금씩 내리던 터라 더위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사실 오늘 일정은 원래 융프라우를 올라 갈 예정이었으나, 캐녀닝을 하면서 친구를 먼저 좀 만들어보고싶다는 생각에 일정을 바꿨는데, 운이 좋았다. 오늘 융프라우를 올라갔더라면 정말 우울했을 것이다. 마침 지금 날씨는 아주 맑은 상태이고, 내일은 분명 등산을 하기에 완벽한 날일 것이다. 
 
##3. 용감한 사람들
 
캐녀닝을 하면서 느낀 아주 충격적인 사실은, 이 8명의 맴버가 모두 너무도 용감하단 것이다. 나야 뭐 원래 높은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대체 18살짜리 꼬맹이가 어떻게 8~10미터 높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내리는 것일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넌 뭔 꼬맹이가 이렇게 잘 뛰어내리냐" 이런 질문을 했는데, 어차피 뭐 기껏해봐야 다리나 팔이 부러지는 것일텐데, 뭐 나만 안뛰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 이런 대답을 들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세계 어디나 일정 비율로 존재하는 것 같다. 아주 싹수가 푸른 아이인것 같아서 SNS정보도 교환했다. 
 
 그리고 나와 이름이 같은 Ian Janco는 본인이 싱어송라이터이라고 했다. 혹시 앨범도 냈냐고 물어보니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에서 본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못들어봤다. 무엇보다 이 친구는 캐녀닝을 하는 내내 보여준 태도나 행동 말투들이 상당히 깔끔하고 멋졌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교육도 상당히 좋았던것 같고, 아마 영국에 있으면서 그들의 좋은 문화를 잘 받아들인 것 같았다. 같이 온 집단별로 사진을 찍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 왔기 때문에 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난 혼자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 때 이 친구는 Ian끼리 사진을 찍자며 내 옆으로 왔다. 후.. 고마웠다. 
 
 캐녀닝이 정말 재미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앞에가는 사람의 발자취를 보고 그곳에 맞춰서 발을 옮겨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위험한 위치에서는 다음사람의 이동을 도와주어야 안전하게 진행이 가능하다. 우린 서로서로 손을 내밀며 밀어주고 당겨줬다. 나름의 전우애가 생겼다랄까. 이런 만남이 긴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뭐 혹시 모르지, 내가 미국에 갈때 그들에게 연락하진 않더라도, 그들이 한국에 오면 나 말고 누굴 찾겠는가?
 
##4. 동네구경
캐녀닝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니 몸이 구석구석 쑤셨다. 그렇게 많은 운동량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뭐 모든 운동이 끝나고 나서야 그 무게를 느끼듯, 난 침대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30분짜리 타임머신을 탔다. 너무 많이 자면 다음날 일정에 무리가 있을 듯 했고, 뭔가 먹는게 좋을것 같아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호텔로비에서 우산을 빌려서 저벅저벅 걸어 나갔고, 비오는 인터라켄은 그 정취가 대단했다. 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촉촉히 젖은 길거리가 아주 운치있었다. 하지만 난 주변 경치를 구경하기 보단 바닥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싶었다. 그리고 캐녀닝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그곳을 향헀다.
 
##5. McDonald Big tasty 17,000원
그 유명한 "스위스에선 햄버거도 15000이라더라"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실 이미 다른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진위 파악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맥도날드에 갔다. 그리고 뭔가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잘 해줄 것 같은 아이로 골랐다. 맛은 솔직히 아주 맛있었다. 스위스에서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 생각해보니 필라투스 정상에서 먹은 35,000원짜리 닭고기 요리 보다 맛있었다. 그냥 앞으로 주구장창 햄버거만 먹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햄버거는 1년에 한번 먹는 사람인데, 이렇게 햄버거가 땡기다니. 스위스에 살면 난 곰이 될 것이다. 
 
##6. 융프라우, 피르스트
햄버거를 먹고 시내구경을 좀 한 다음, 호텔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그리고 내일과 모레의 일정을 좀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융프라우의 경우 이동루트가 다양하고, 트래킹 코스또한 다양해서 계획이 부실하면 이도저도 아닌 일정이 될 것 같았다. 그림같은 호텔 로비에서 이리저리 지도를 돌려보고 검색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루트가 정리 됐다. 
 
융프라우 일정
  1. Interlaken west에서 105번 버스 탑승 - Wilderswil 도착

  2. Wilderswill에서 Wengen까지 기차로 이동

  3. Wengen에서 Mannlichen까지 케이블카 탑승

  4. Mannlichen구경 및 Kleine Scheidegg까지 하이킹 

  5. Kleine Scheidegg에서 Jungfraujoch까지 기차로 이동

  6. Jungfraujoch구경 및 Kleine Scheidegg으로 복귀

  7. Kleine Scheidegg에서 Grindelwald까지 하이킹

  8. Grindelwald에서 기차를 타고 숙소까지 복귀

 
피르스트 일정
  1. Interlaken west에서 105번 버스 탑승 - Wilderswil 도착

  2. Wilderswill에서 First까지 이동

  3. First에서 Bachalpsee 까지 트래킹

  4. 이후 컨디션 및 일정에 따라 펀 페키지 및 추가 트래킹 

 
다음에 또 스위스에 오게 된다면, 그 땐 작정하고 등산화를 준비하여 산을 통째로 뛰어댕기며 삼켜야겠다. 그냥 그렇게 산만 타다가 죽어도 나쁘지 않은 삶일 것 같다. 
좀 더 많은 것들을 정리 해 두고 싶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