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2017. 9. 6. 09:36고찰의 길

##1. 가을냄새에 대하여
어릴 적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와 가을 냄새난다! 너 이 냄새 알아?"
"냄새? 냄새는 무슨 냄새? 방귀 꼈어?"

그때는 가을이라고 하는 시간의 구분이 향기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오후 2시의 냄새와 오전 10시의 냄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냄새라는 것은 어떤 물질의 입자가 코의 후각 조직에 닿아 뇌에 연결되어 느끼게 되는 것인데, 시간은 입자가 아니므로 후각으로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가을 냄새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을의 냄새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가을은 '시간'에 의해 결정되지만은 않는다. 우리는 보통 9~11월 정도를 '가을'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대한민국으로서만 그렇다. 계절을 뜻하는 가을은 지구와 태양의 위치에 따라서, 지구의 온도와 기후의 변화가 발생하고, 그중 특정 위치에 태양과 지구가 공전하는 기간을 말한다. 즉, 가을은 시간이라고 하는 상대적인 가치가 태양과 지구의 위치라는 절대적 가치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과 지구가 특정 범위에 존재하게 됐을 때, 온도와 기후가 그것에 맞게 변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가을'이라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그 환경은 공기의 밀도, 습도의 양, 그리고 이것에 영향을 받은 나무, 바다, 강 등이 그에 맞는 변화를 도미노처럼 맞게 된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여름과는 다른 '맛'을 만들어 내고, 예민한 사람의 후각은 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낸다.

##2. 가을은 사람의 감정을 변화시킨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러한 작은 변화들이 사람의 감정마저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가을의 공기를 깊게 마시면 머리가 맑고 차분해진다. 그리고 더운 여름에 느꼈던 온몸의 열정이 점점 식기 시작한다. 마치 물을 팔팔 끓이면 냄비 속에서 물이 소리를 내며 요동치듯, 우리의 감정도 더운 여름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강한 활동력을 가진다. 하지만 가을은 마치 적당히 찹찹한 호수 같이 변한다. 따라서 퐁당 떨어지는 작은 조약돌에도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 내고, 그 물결은 호수에 비치는 상을 위아래로 울렁울렁 흔들며 큰 변화를 끌어낸다. 그래서 가을엔 사람들이 더욱 감성적으로 변하고, 작은 부분에도 큰 심적 변화를 느낀다. 이런 이유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게 되었고, 이 계절엔 미술을 즐기는 것도 다른 계절에 비해 더없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당연하지만 음악도 그 효과가 커진다.

##3. 가을에 남자가 이별을 고하는 이유
가을이 되면 남자들은 특히 심정의 변화가 커진다. 가을을 많이 타는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감정 흐름을 갖게 된다.

여름: 가슴엔 열정이 넘치고, 뜨거워진 피는 머리를 마비시켜,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정신없이 요동친다.
가을: 다시 마음이 차분해져 머리가 차갑게 변하면, 여름에 '열정'으로 만난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이윽고 지난 시간과 현재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따라서, 여름에 '뜨거운 열정' 때문에 만난 커플의 경우, 가을에 헤어질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하자면 마음이 가을 때문에 식는다. 그래서 혹시나 본인의 남자친구가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이별을 고했다면, 그것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워하진 말자. 그것은 여름에 당신이 너무 핫해서 남자가 정신을 못 차렸고, 이제 가을이 되니 제정신으로 돌아와 당신을 객관적으로 본 것이다. 가을을 욕하되, 그 사람을 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