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에어비앤비 후기 (취리히)

2017. 8. 17. 11:39새로운 길

혼자 떠난 스위스 여행 2일차

 
##1. 숙박
에어비앤비 (Olga네)의 숙박은 아주 편안했다. 동네가 조용해서 그런지, 창이 넓어서 그런지 외부의 소음이 그대로 들어온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소음이 있더라고 숙면을 잘 취하는 터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잠들기 전 Olga는 부엌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정리했다. 가계부를 적는건가? 아니면  에어비앤비 부킹 스케쥴을 정리 중일까? 한참을 열심히 적더니 이윽고 취침환경을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차양막을 내려주고 외부공기에 대해서도 언급 해 주었다. 혹시나 모기가 있을까 걱정했으나, 지금은 모기가 없는 기간이라 걱정 할 필요 없다고 했다.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나보단 본인을 더 많이 물것이니 괜찮단다. '내가 걸어다니는 피주머니 인데' 
 
 
##2. 이동일정
SBB Mobile 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면, 스위스 교통의 모든 것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스위스 여행 2일차의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느낌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적어넣으면, 그곳까지의 기차, 트램, 버스등의 연결수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동에 필요한 차표를 즉시 구매 할 수있게 되어 있다. 나 같은 여행자의 경우 스위스 패스를 구입했기 때문에 표를 구매할 필요가 없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확실히 표를 구매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비용은 현저히 절감 될 것 같다. 배울점이 많은 나라이다. 
 
원래 계획은 7시에 버스를 타고 Zurich HB로 이동한 다음, 기차를 타고 Luzern까지 이동 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이동하면 약 8:30 정도에 Luzern에 도착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다른 일정을 모두 8시에 시작하도록 구성했기에, Luzern이 슬퍼할까봐 조금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물론 10:30경부터 잠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숙면을 취했고, 컨디션도 아주 좋은 상태이니 일찍 이동하는데엔 문제가 없었다. 
 
##3. 아침식사
기차의 출발시간을 알아보니 약 35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으나, 가볍게라도 아침을 먹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역내 위치한 편의점에 들어갔다. 살인적인 물가라고 하더니 가히 살인적이다. 물 4천원, 샌드위치 5천원 초콜렛 4천원. 초콜릿은 다른것들에 비해 체감상 저렴해서 샀다. 혹시나 너무 배를 굼주리게 되면 초콜릿 만큼 좋은에너지원이 없으니 미래를 위한 식량 비축 정도가 되겠다. 
 
##4. Zurich HB - Luzern station
IR선을 타고 Luzern으로 이동 중이다. 신나게 어제와 오늘 아침을 정리 하다보니 좌측으로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가슴을 턱 맞은것 같은 기분이다. 번뜩 자리를 왼쪽열로 옮길까 하고, 앞쪽을 둘러봤다. 모든 자리가 꽉 차있다. 젠장.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앞으로 기절할 풍경이 더 많이 펼쳐질 걸 알기에 아쉬운대로 마음을 달랬다. 
 
기차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다고 들었지만, 이 기차의 승차감은 정말 좋다. 말 그대로 스르륵 미끄러져 가는 기분이다. 내부 구성도 상당히 재미있게 되어있는데, 기차 승차를 하는곳은 1층,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추가적으로 자리가 구성되어 있다.
 
##5. 루체른 
 
옆에 큰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기차역을 당당히 탈출 했다. 구글지도상 확인해보니 숙소가 그리 멀지 않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우리 나라도 열심히 발전하다 보면 이런 모습일까? 너무도 깔끔한 이 도시의 풍경은 차분하고 고요하기 까지 하다. 
 
##6. 호텔 알파
상당히 친절한 호텔 직원과의 체크인수속을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하하하하 세면대는 있는데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없다. 살인적인 스위스물가 덕이라고 해도 참 묘한 공간이다. 물론 사용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래봤자 샤워한번 응아 한번 일테니 말이다. 
 
##7. 선착장
리기산에 오르기위해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 옆에 위치한 선착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관광도시이 이다보니, 관광객을 위한 편의성을 중시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깔끔한 교통편이나, 잘 관리된 교통 루트 등, 아쉬운 부분이 없다. 
 
선착장에 오니 야생오리와 백조들이 보인다. 오리는 그렇다 쳐도 백조는 정말 아름답다. 이번 여행중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 들을 마주칠까? 꽤나 기대가 된다. 
 
##9. Rigi - 상행
 
Weggis에 도착한 다음 information 센터에서 Rigi kulm 까지 올라가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아무래도 Kulm이 정상을 뜻하는 것 같다. 케이블 카를 타고 중간까지 올라간 다음 기차를 타고 다시 정상까지 올라가능 일정이었다. 힘찬 발걸음으로 케이블카를 찾아 전진하다보니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인네 둘이 보였다. 물론 난 거들떠 보지 않고 직진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선 꽤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덕분에 케이블카 앞에 도착했을땐 살짝 땀이 났다. 
 
흔들 흔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고 나니 기차역이 나타났다. 시골 간이역 같은 느낌의 기차역에서 잠시 기다리다 보니 기차가 왔다. 이미 사람들이 꽤나 많은 편이어서 원하는 자리(왼쪽)에는 앉지 못했다. 뭐 별 수 있는가. 그렇게 정상까지 직행했다.
 
##10. Rigi - 하행

 

 

Rigi산의 정상은 꽤나 쌀쌀했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했다. 덕분에 산들의 여왕이라는 Rigi의 치마 상단은 보지 못했다. 뭐 별 수 있나, 다음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아쉬움을 달래고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다.
 
안개속을 저벅저벅 내려오다보니 저 멀리서 짜랑짜랑 방울소리가 들렸다. 대체 왜 안개속에서 방울소리가 들리는가. 꽤나 방울의 씨알이 크다고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소똥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그 느낌은 마치 제주도의 오름 여행을 갔을때와 비슷했다. 이윽고 바닥을 보니 군대군대 똥 무데기가 보였다. 다행이도 소똥냄새는 그렇게 지독하지 않다. 물론 그래봤자 똥냄새이다. 짜랑짜랑 울리던 방울은 언젠가 부터 쩌러러렁쩌러러러렁 하며 수십개의 소리로 늘어났다. 안개속에 울리는 방울 소리는 꽤나 그 층을 두텁게 하며 특이한 관경을 연출했다. 그렇게 약 17000보를 걸으며 내려오는 동안 짜랑소와 그림같은 들판, 리오데자네이루를 떠올리게 만드는 해안절벽을 즐길 수 있었다. 
 
 때로는 오.... 때로는 허허허어어어 때로는 와...ㅅㅂ 하며 감탄을 연발하며 내려오다 보니 케이블카에서 기차로 갈아탔던곳이 나타났다. 사실 이동거리가 늘어나면서 나는 꽤나 굼주린 상태였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스위스에서 아무 레스토랑이나 가서 음식을 먹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비싸지만 맛 또한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 말인 즉슨 실제 괜찮은 음식은 아마 더 어마어마 하게 비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멋진 경관을 보며 점심을 즐기고 싶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Vitznau로 가는 기차 시간을 보니 약 40분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운좋게 작은 마트를 발견했다.
 
 작은 샌드위치, 바나나 하나, 맥주 한병 이렇게 10CHF를 지불하고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얼태잉 없는 가격은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샌드위치의 치즈가 맛이 좋았다. 잘못하면 실망스러운 점심 식사가 될 뻔 했지만 다행이도 그나마 성공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Vitznau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 15정도 내려 갔을까? Rigi뱃지를 단 아저씨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뭐라고 뭐라고 하고 지나간다. 그러자 내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차표를 꺼낸다. 차표를 검사 할 태니 준비 해 달라는 이야기 인것 같다. 물론 난 스위스패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쫄릴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풍경은 꽤나 멋졌다.
 
 뒤에 어느 아주머니가 아이 3을 데리고 있었는데, 대충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이들의 표를 샀어야 했는데, 그냥 탑승한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갈 때쯤, Rigi아저씨가 꼬마들에게 작은 종이 쪼가리를 건낸다. 그리고 직접 펀치를 뚫어 마치 표를 검사하는것과 같이 행동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지켜보며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Rigi아저씨는 아이들이 추후 표를 잘 구입하기 위해서, 직접 표를 검사하는 '놀이'를 아이들에게 제공한 것 같다. 이로 인해 그 아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꼭 표를 구입 할 것이다. 진정 이것이 선진국의 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Lucerne으로가는 유람선을 타니 몸이 꽤나 노곤하다. 난 Weggis로 향할때와 반대 방향에 앉아서 해안의 경관을 감상했다. 작은 저택, 큰 저택, 성. 물론 보편적 개념의 성은 아니었지만, 루체른 강을 보며 하얗고 큰 저택들이 산 어귀를 장식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긴 어떤 사람들이 살까? 저기서 살면 행복할까?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이곳의 사람들에게도 스위스의 물가는 비싸다고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소박한 식사와 소박한 하루가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에, 가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저녁식사가 더 의미있지않을까? 물론 그들에게도 그러한 저녁식사는 가끔 의미있는 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위해 남겨두는 시간일 것이다. 
 
##11. 도시 투어
Lucerne행 유람선을 타기 전까진 선착장에 도착하는 대로 숙소에서 낮잠을 자고 싶었다. 오전에만 17000보를 걸었으니 지극히 당연히 느껴지는 피로감일 것이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고 가며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니 약간 에너지가 회복되었다. 그렇게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뒤뚱뒤뚱 걷는 시커먼 발의 백조들을 보며 강가를 걷다보니 날씨가 꽤나 더워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던 도시투어 일정을 다시 돌아봤다. 내가 확인한 것이 맞다면, 이미 주요 도시투어 대상의 위치를 꽤나 지나친 상태였다. 빈사의 사자상위치를 다시 찾아보니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하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빈사의 사자상'에 도착했다. 대체 '빈사의 사자상'이 뭔지 감도 안왔는데, 도착해보니 꽤나 멋진 작품이었다. 바위 절벽을 깍아서 화살을 맞은 사자를 조각해놓은 멋진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역사적 의의가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난 사자도 중요했지만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평소 잘 먹지도 않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이상하게 손이 갔다. 4.5CHF짜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나니, 매뉴판에 Kimchi 어쩌구 저쩌구 하고 판서를 해놨다. 뭔지 잘 모르지만 한국과 연관이 있는 사람인가 궁금해서 대뜸 사진이나 찍자고 했다. 잠까는 놀라는 눈치였으나, 막상 사진을 찍고나니 꽤나 멋진 작품이 나왔다. 여행 중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생각보다 멋진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식으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Freitag
슬슬 돌아갈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종영이가 가지고 다니던 Freitag가방이 떠올랐다. 디자인도 별로고 재료도 재활용품인데, 엄청나게 비싸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가방. 그것이 스위스에선 꽤나 저렴하다고 해서 매장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의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가방이었다. 이상한 디자인, 편의성 또한 떨어지는 이 가방이 289CHF 189CHF등의 가격테그를 달고 있었다. 다시한번 웃었다. 멋진 하루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하니 꽤나 즐거웠다.
 
##13. Pizza & Kebab
이제는 Lucerne의 시민처럼 자연스럽게 버스를 타고 숙소를 향했다. 생각보다 하루 예산을 많이 소비하다보니 사실 저녁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좀 됐다. 시원치 않은 빵쪼가리를 3만원씩 주고 먹기도 그렇고, 이젠 술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기에 더욱 나의 혼란은 가중되어 갔다. 혹시나 호텔에서 좋은 식당을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보니, 가까운곳에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고 한다. 다시 내 방에 올라가서 테라스의 문을 열어보니,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면 꽤나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키사람으로 생각되는 가계주인에게 피자 반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말을 잘 못알아 들은건지 피자는 이만하다고 하며 접시를 보여준다. 피자를 한판 다 먹을 자신도 없고, 반을 버릴 자신도 없어서 그냥 케밥을 주문했다. 짭쪼름한 캐밥을 먹고 맥주를 한캔 샀다. 토탈 16CHF. 저녁식사 치고는 적당한 가격이었지만, 오늘 하루 예산 (50CHF)를 3CHF 초과했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내일은 호텔 조식 뷔페에서 빵을 좀 훔쳐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 하루의 마무리
호텔 테라스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다 보니 세상의 여러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 든다. 이들은 한국사람과 비교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갈까? 아니면 부유한 나라에서 최상의 복지를 지원하는 만큼 항상 행복할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에서만 살고있는 사람, 스위스에서만 살고있는 사람보단, 한국에서 살아보고 스위스란 곳을 방문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단 것이다. 이들은 이 곳에서 오랜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그래서 맑은 호수와 큰 백조가 비둘기나 까치같은 느낌일 것이다. 시내 외부의 작은 집에 사는 Lucerne사람은 호수가의 하얀 저택을 보며 부러워 할 것이며, 호수가의 하얀 저택에 사는 사람은 시카고의 대학 캠퍼스같은 조던의 집을 보며 부러워 할 것이다. 
 
 새로운 물질의 소유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다.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감정, 전에는 몰랐던 사실등 그런것들이 새로운 소유를 불러 일으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소유의 궁극적 효과가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경험'이라면 그것이 꼭 물질적 소유를 통해서만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연 가득한 북경의 천안문 광장에서도 3000원으로 만든 고무동력기를 날리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새로운 경험은 단편적 즐거움을 주지만, 부정적 새로운 경험은 나의 현상태에 대한 안정을 준다. 그렇게 새로운 경험은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며 내일을 기대되게 만든다. 지구엔 너무도 많은 사물과 현상화 생활들이 있다. 100년이란 시간을 모조리 쏟아부어 단 한시도 쉬지않고 움직인다 하여도 맛도 보지 못한 수많은 경험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삶을 지양해야 한다. 새로운 경험과 그것을 통하여 얻게되는 새로운 깨달음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