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서 환전 잘 하는 법

2017. 8. 18. 11:43새로운 길

혼자 떠난 스위스 여행 9일차, 체코여행 1일차

 

 
##1. 세계일주
거창하게 제목을 적고나니 뭔가 거창한 것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나는 지금 세계일주를 하는중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귀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타국과 타국간의 이동을 위한 비행기를 기다릴 땐, 세계일주를 하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항상 즐거운 기분은 아닐것이란 생각도 든다. 마치 놀이공원의 첫 번째 놀이기구를 탈땐 가슴이 떨리고 극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그것이 회전목마라도 꼭 적토마를 타고 달리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생맥주 500cc를 벌컥 벌컥 마신다음 그 놀이공원 최고의 롤러코스터를 괴성을 지르며 타고 내려오면, 바이킹 정도는 그냥 땀을 시키는 용도가 되는 것이다. 모든 여행엔 보통 그 목적이 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여행을 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떠나며, 누군가는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을 위해 떠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일련의 목적들이 다 지금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함 이라는 것이다. 설령 같은 도시를 다시 방문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도시의 같은 여행 루트를 정확히 똑같이 즐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지난번엔 경험하지 못한, 또는 방문하지 못한 곳에 방문하기 위해 다시 그 도시를 찾는다. 
 
 또 다른 여행의 목적은 '학습'이다. 사실 위의 경우와 정확히 같은 행동을 요구하지만,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약간 다르게 본 경우이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스트레스의 해소'라고 정의 해 둔다면,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엔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여행을 추진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충분히 쌓일때 까지 나 스스로에게 때로는 적게 때로는 많게 스트레스를 부여하며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얼마나 슬픈 모습인가. 마치 학교에 죽어라 가기싫은 꼬맹이가 차라리 병원에 들어누워 핸드폰게임을 하고자, 억지로 감기에 걸리기 위해 온몸에 물을 끼얹고 눈오는 운동장을 달리는 꼴이 아닌가. 물론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고 내 친구의 이야기다.. 여하튼 다른 경우를 보자. 선생님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소풍을 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분명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스트레스는 제로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후의 소풍이 의미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떠나는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학습의 여행이다. 동네 큰 공원으로 떠나는 소풍이지만, 길거리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뭉게뭉게피어오른 구름들, 앞에 걸어가는 친구의 우스꽝 스러운 걸음걸이 조차 신기하고 즐겁다. 점심 시간이 되어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펴놓고, 서로서로 어떤 반찬을 싸왔는지 둘러보는것도 재미있다. 
 
 대체 저 친구의 어머니는 무슨생각이신지 소풍반찬으로 메뚜기를 싸주셨다. 튀긴매뚜기 이다. 그 친구는 의기양양하게, 야 이것봐라. 멋지지? 라고하며 뒷다리를 잡고 으적으적 깨물어 삼킨다. 묘한 도전의식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매뚜기를 나의 돈까스와 교환하자고 한다. 극적인 거래에 성공하고 난 매뚜기를 입에 가져다가 문다. 눈을 질끈 감으며 으적으적 씹는다. 생각보다 고소한 맛이다. 하지만 이 매뚜기를 어디서 잡았으며, 이것을 후라이팬에 볶을때 이리저리 후라이팬 안에서 푸덕거렸을 매뚜기를 생각하니 섬뜩하다. 만약 후라이팬을 잘 덮지 않았다면, 주방이 온통 매뚜기 때가 됐을것이 아닌가? 한 마리의 매뚜기를 삼키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내 어린날의 큰 추억이 되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다. 만약 내가 그 때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면, 매뚜기를 반찬으로 싸온 친구에게 내 돈까스를 주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겁이나서 저 뒤로 돌아가 비엔나 소시지를 싸온 친구 옆에 앉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소풍에 대한 기억은 며칠 안가 잊혀졌을 것이다. 
 나 또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라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여행을 택한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스트레스가 제로인 상태에서 여행을 진행했다. 그것도 다른 여행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더 어려운 일정을 계획했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과연 이렇게 소비하는 비용이 효율적인 소비일지, 아닐지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큰 학습의 효과를 줄 것이란 것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어느정도 적중한 듯 하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의심을 가졌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발견 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여행'의 효과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이유 때문에 그것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2. Hotel Sunnehus
사실 이 호텔의 방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예약부터가 쉽지 않았는데, 가장 저렴하면서도 Zurich 기차역과 가능한 가까운 호텔을 찾다보니, 이 호텔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Bern에서 도착하여 체크인을 위해 호텔로 가는것은 더 어려웠다. 일단 물리적인 거리는 약 600미터 정도로 지도에 표시됐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대중교통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대체 아름다운 스위스의 대중교통이 600미터를 걸어가게 한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트래킹 22km는 하더라도, 도심에서 600미터를 걸어가는것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 일단 캐리어 바퀴를 덜덜덜 끌면서 소음을 내는것도 그리 탐탁치 않고, 도심에서는 나의 이동 에너지를 보충시켜줄 아름다운 풍경이 잘 없기 떄문이다. 더구나 비가 쏟아지다 보니, 그냥 편안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뭐 구글이 못찾는데 내가 어떻게 찾겠는가? 전지전능 SBB Mobile어플을 켜더라도,  그냥 신나게 걸어가라고 나올 뿐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난 케리어를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가 점점 거세지며 난 또다시 예수가 되어 수중을 거닐기 시작했다. 비만 오면 예수라니, 다음엔 꼭 트래킹화와 일반 운동화를 구분해서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물속을 걸어가다 보니,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말 그대로 저 끝엔 하늘만 보이는 높은 계단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난 크로스핏을 한 사람이고 이정도 높이와 이정도 무게는 나에겐 가벼운 운동일 뿐이니까. 그렇게 천계에 다다랐는데, 길을 하나 건너고 나니, 다시한번 천국의 계단이 나왔다. 아무리 높은 곳에도 더 높은 곳이 있다더니, 딱 그것이 내 눈앞에 펼쳐진 관경이었다. 이번엔 왼손에 케리어를 들고 오른손에 우산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가와서 체온이 떨어질까봐 입고있던 휴대용 유니클로 패딩이 점점 과하게 일을 하는 듯 했다. 그렇게 제 2천상계에 도착했다. 그리고 비속에서 다시 구글지도를 켰다. 밑거나 말거나 우측으로 한 50미터 더 가서 또 올라가야 했다. 딱 이때쯤 쌍욕이 나왔다. 천상계고 나발이고, 이 호텔이 다른 호텔보다 싼 이유가 있구나! 하고 분명히 깨닿는 순간이었다. 힘들게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시도했다. 호텔 로비의 젊은 친구는 꽤나 친절하고 싹싹했다. 하지만 뭔가 외워둔 내용을 줄줄줄 읊는 느낌이랄까. 그 좋은 인상의 청년을 이렇게 좋지 않게 기억하는것을 보면, 난 그때 분명 스트레스로 정신이 오염되어 세상을 비뚤게 보고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 세탁기 이용 시간 초과, 세탁기 고장등의 문제로 미루고 미뤘던 세탁기를 요청했으나, 여긴 세탁기가 없단다. 그래. 없는 세탁기를 사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런건 분노 할 포인트가 아니었다. 다행이도 마지막 옷 한셋트가 남아 있었다. 물론 지난 며칠 빗속의 트래킹만 한 덕에, 손빨래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호텔에 들어와서 방 문을 열었다. 역시나 이곳도 신기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방문했던 Olga네 Airbnb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고, Lucerne의 Hotel Alpha와 Interlaken의 Hotel De la Paix 은 세면대만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공동이었으며, Zermatt의 Hotel Carina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모두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샤워실은 있는데 화장실이 없다. 이렇게 관광객과 밀땅하는 호텔들이라니. 순간 한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니다. 절대로 한국에선 누구도 이런 말도안되는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뒷문을 열고 한시간 정도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아늑함을 느껴야 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적용하려면, 호텔 로비에선 항의 전화를 받기 위한 인원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단 한번도 화장실 사용 일정이 겹친 적이 없다.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인지 파악은 안되지만 여튼 신기할 따름이다. 
 
##3. Swiss bank
Hotel Sunnehus에서 조식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했다. 조식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특별히 언급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크아웃을 할 때, 숙박비가 80CHF이고 조식이 20CHF인것을 보니, 다시 저 인상좋은 청년에게 모진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저 청년이 이 호텔의 주인은 아닐 것이다. 아마 이 주인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미리 계산했기 때문에, 가장 인상좋은 청년을 고용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고도로 발전된 비즈니스 능력인가. 비록 그 내면에 숨어있는 사악한 심보가 아주 마음에 안들지만, 한편으론 이 고도의 심리전은 나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한번 새로운 배움을 얻은것을 보니, 나의 피로는 지난 밤 충분히 회복 된 듯 하다. 그리고 어제의 천국의 계단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물론 이제는 내려가는 길이고 비도 오지 않아서 그나마 내려갈만 하다. 
 
 Zurich HB에 도착한 후 어제 봐두었던 은행으로 향한다. 어제 잠시 찾아본 봐로는, Zurich HB기차역의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꽤나 적절한 비용으로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번지점프/스카이다이빙/패러글라이딩 중 하나를 시도 할 계획을 세웠었으나, 트래킹에 너무 큰 만족을 했고, 날씨도 좋지 않았던 덕에, 그 비용이 절감되었다. 덕분에 약 25만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이 돈을 체코 코루나로 환전하기로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그 유명한 스위스 은행에 방문해서 돈을 환전하는 중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왕창 맡아준다는 스위스 은행은, 돈을 맡기는 대신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의 시중은행은 적더라도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지만, 이곳은 오히려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맡기는 돈의 금액이 엄청나게 크다보니, 약속된 이윤을 지급하게 되면 그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수치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예컨데 몇억에서 몇십억 정도의 돈은 국채나 주식등 각종 펀드를 운영하여 어느정도의 이윤을 내는것이 가능하지만, 만약 수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라면, 그것을 운영하여 이윤을 내는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주먹만한 눈덩이는 길가의 눈밭에 대충 굴려도 그 크기를 키우기가 쉽지만, 지구만한 눈덩이는 애초에 어디 굴릴수도 없고, 그 1%의 몸집을 키우는게 목표라고 하더라도, 지구 1/100사이즈는 이미 대륙만한 사이즈이다. 물론 난 이것들과 전혀 상관없는 크기의 금액을 '저축'하는것도 아니고 '환전'하는 중이다.
 
  열심히 돈을 세던 은행직원 할머니가 동전도 있으면 환전 해 주겠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한국에선 분명 동전은 환전 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반색하며, 동전도 환전 해준다고요!? 우와 감사합니다. 라고 활짝 웃어준다. 그런데 한참을 세더니 동전이 약간은 부족하다며, 4CHF는 환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 스위스에 돌아오면 사용하라고 한다. 난 스위스를 떠나는게 슬프다며 다음에 꼭 돌아오겠다고 한다.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으로 후후후후 웃는다. 
 
있는 스위스 프랑을 탈탈터니 238.60CHF가 나왔다. 이 중에서 4CHF를 수수료로 떼고, 난 5,100CZK를 받았다. 대충 계산하자면, 체코 코루나에 약 50을 곱하면 한국돈이라고 보면된다. 그럼 약 25만원치가 된다. 프라하 중심의 강이 흐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와인까지 마시면 1인당 약 2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이제 좀 인간다운 식사를 하며 남은 여행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줄어든 위가 다시 늘어나진 않을것이고, 남은 돈은 귀국할 때 친구들과의 파티를 위한 술이나 사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턴 소비를 좀 줄이고 저축을 시작할 때라고 결심 했는데, 뭔가 목표로 한 결과를 어느정도 이룬 것 같아서 뿌듯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까진 단 한번도 여행예산 내에서 소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를 온전히 이뤘다고 자부하긴 이르다. 
 
##4. Zurich Airport
Zurich - Prague까지 가는 항공편으로 Swiss 항공을 선택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항공권을 준비할때 보니, 저가 항공과 비교해서 약 만원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모든 국가의 공항은 자국의 국적기의 이착륙에 대해 우선권을 부여하게 되고, 각종 편의시설 또한 국적기를 탑승하는 게이트의 주변에 모여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왕 스위스에 온 김에 그 국적기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꽤나 여유있게 출국 수속을 마친 덕에, 이륙까지는 약 3시간의 여유가 있다. 난 갈등없이 편안한 자리를 찾아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5. Prague airport
 내 평생 손꼽히는 비행이었다. 단순하게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는 많이 봤으나, 이렇게 비행기 날개가 떨어져 나갈 것 처럼 흔들리는 것은 처음 봤다. 저렇게 흔들리면 죄어놓은 나사가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날개가 뚝 떨어져 나가면 한쪽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추락하겠지? 그래도 여행자 보험을 들고오길 잘했다. 이렇게 가면 그래도 보험금은 많이 나오겠지. 내 오른쪽에 앉은 일본인 꼬맹이는 엄마의 팔을 부여잡고 참 잘도 잔다. 잘 자는건지 정신을 부여잡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으나, 신기한 수준이다. 내 왼쪽에 앉은 아주머니는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다. 웃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린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얻어로, 우와. 이번것은 진짜 무서웠어요. 우어.. 우리 도착 할 수 있는건가요? 라는 대화를 나눈다. 저 앞에 앉아있던 키 큰 아저씨는 뒷쪽 화장실로 향한다. 짙은 암내가 나기 직전의 누린내가 진동한다. 아무래도 긴장을 한 나머지 땀에 흠뻑 젖은 듯 하다. 나 또한 평정심을 잃지 않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나도 두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기장이 방송을 한다. Everything is under control이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면 보통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저런 방송을 했던것 같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죽음은 이렇게 다가오는 구나. 차라리 자동차 사고 같은걸로 죽으면 짧은시간에 휘리릭 사망할탠데, 이 경우엔 말 그대로 지옥행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으로 땅에 꽂히겠구나. 프라하는 유럽 대륙 한 가운데 있으니, 바다나 호수에 떨어지지도 않을것이고, 나의 수영실력은 아무 의미가 없겠구나. 
 
 그러고 보니 인천공항은 참 잘 만든 것 같다. 주변이 바다이고 여차하면 바다에 비행기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 그러면 해경이 얼른 구하러 오겠지? 이런 불가항력적인 공포의 상황에 놓이면 참 암담하다. 파주에서 왕십리까지 학교를 다닐 때, 광화문까지 가던 버스를 탔던게 생각난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배가 너무 아파서 당장 버스를 폭발 시킬 것 같았다. 하지만 광화문까지는 이제 반정도 온 상태였다. 그때 나의 무력함과 불가항력적 공포에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물론 그때보단 상황이 나았다. 이렇게 사망하면 뭔가 그나마 괜찮은 방법의 사고로 사망하지만, 그렇게 버스를 폭발시키면 짧은 시간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던 중 다시 기장이 방송을 한다. 프라하 공항의 사정 때문에, 공중에서 40분간 대기를 하다가 착륙 할 예정이란다. 그런데 기장의 목소리 톤이 아주 재미있다. 마치, 저 길건너 피자집에 하와이안 피자랑 포테이토 피자중에 뭐가 맛있어? "포테이토 피자는 맛있어! 그런데 하와이안 피자는 에~~~~~ (손을 쭉 펴고 왼쪽과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뭐 그냥 그저 그래~" 여기서 에~~~~~~~~~~ 를 이야기하는 톤으로 말한다. 에~~~~~~ 기류가 불안정해서 기체가 좀 흔들리는데 에~~~~~~~ 또 프라하 공항이 밀려서 40분간 공중에서 대기 할 예정입니다. 에~~~~~~ 감사합니다. 뭔가 빨간머리의 순진하게 생긴 얼굴일 것 같다. 헤리포터에 나오는 론의 느낌?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숨을 뱃속 끝까지집어 넣었다가 뱉어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면 몸속의 독소가 빠져 나가는 것 같다. 공포는 독소이니 다 뽑아 내자. 라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반복하다보니, 이내 창밖에 빗불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계속적인 하강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하강을 해도 구름속이다. 대체 구름이 얼마나 낮게 떠있는건가. 
 
 그래 이게 여행이지. 그래 이게 모험이야. 사실 비행기 기장은 이륙과 착륙때를 제외하곤 콧구멍이나 후비는게 일이라고 하던데, 오늘은 일 좀 제대로 하겠네. 론이 고생이 많아.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거짓말처럼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 앉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하기 시작한다. 난 사실 사람들이 이렇게 환호 할 것 같아서, 그 장면을 위해 핸드폰을 비디오모드로 맞춰놓고 그 장면을 녹화했다. 우울할때 틀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나 또한 크게 웃으며 그 즐거움을 공유한다. 나도 모르게 왼쪽 체코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버렸다. 너무 크게 웃었는지 오른쪽에 앉은 일본 꼬맹이가 날 어이없게 처다본다. 밑도 끝도 없이 자지러지게 웃어버린 나를 보고 그 장면이 신기했나 보다.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 원래 망가지도록 크게 웃으면 그 모습이 아무리 못났어도 아무도 그것을 안좋은 모습으로 기억하지 않는단다. 
 
##6. Brix hostel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걸어서 Brix Hostel에 도착했다. 과연 철환이가 추천 한 대로 멋진 공간이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빨래도 해준다고하고, 1층엔 멋진 Bar가 있으며, 숙소 또한 아늑하다. 2층 침대가 있는 기숙사형 방이었지만, 구조를 아늑하게 만든 덕에 불편해 보이진 않는다. 세상 모든 숙박업소가 그렇듯, 숙소의 기본적 규칙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열심히 듣다보니 모든 규칙이 꽤나 합리적이다. 합리적이라기 보단 관대하다. 필요하면 주고, 없으면 빌려주고, 빨래도 해다 주고, 모르면 알려주고 뭐 다해준다. 내가 선택한 침대 밑에 짐을 풀어두고 케리어를 로비에 맡긴다. 그리고 1층의 Bar에 가서 맥주를 한잔 주문한다. 삐삐머리를 한 영국 누나이다. 아 누나가 아닐것이다. 앵간하면 내가 연식이 좀 된다고 보면 된다. 맥주 한잔에 30코론이라고 한다. 1500원이다. 스위스의 1/10정도가 되는것 같다. 맥주를 집어들고 단전 아래까지 맥주를 집어 넣는다. 맛은 살짝 씁슬하다. 하지만 1500원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한모금 더 집어 넣는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맥주를 집어 넣다보니, 저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 살짝 엿들어 보니 모두 각기 다른 루트로 유럽을 돌면서 여행을 하고 있고, 저마다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디서 왔느니, 어떻게 돌고 있느니, 직업이 뭐니 등등. 대부분의 경우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교를 졸업 한 경우이다. 다시한번 나의 유년기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하지만 뭐 나이들고 여행을 하는것과, 어릴때 여행을 하는것 모두 각각의 다른 재미가 있으니 뭐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내 오른쪽에 앉은 친구는 호주에서 왔고 치과 의사라고 한다. 일을 때려치고, 코펜하겐에 있는 부모님을 뵌 다음, 유럽을 여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호주에 돌아가면 일하던 병원에서 다시 받아주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한다. 혹시나 다른 나라에서 살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니, 나라마다 각각 다른 규제와 자격들이 있어서, 치과의사로 다른나라에서 일하긴 어렵다고 한다. 나에게 어떤일을 하냐고 묻길래, 시스템을 디자인 한다고 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서 그것을 만들어 준다고. 엄청 멋지다고 난리다. 사실 듣고 전달만 하면 되는 일이라서 별게 아니라고 몇번을 설명해도 좋아 보인단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역시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 그렇게 한명 한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을 '닐'이라고 소개한친구가 오늘 밤에 파티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사실 난 시끄러운 음악과, 춤이 함께하는 광란의 파티를 별로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맥주를 세잔째 들이키니 마음이 점점 동하기 시작한다. Ryan, Sarah, Jeff, 철수, 영희 등등 모두가 다 파티에 간단다. 그래 뭐 내가 언제 이놈들과 술을 퍼마시며 광란의 밤을 또 보내겠는가? 나도 가기로 결심한다. 
 
##7. 광란의 파티
호주, 미국, 영국, 케나다, 인도, 러시아, 이탈리아 등 약 1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단체로 이동한다. 다들 파티에 간다고 반쯤 훌떡 벗었다. 날이 꽤나 추운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생각을 하는 것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보다. 길을 걸어가며 한사람 한사람 다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인도에서 온 친구는 도이치 뱅크에서 일한다고 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MBA를 해서 핀테크 관련 회사를 담당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청 좋아한다. 각종 하이테크의 메카라며 신기해 한다. 나 또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며 공감을 얻어낸다. 그리고 난 단 한번도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다고 실토한다. 본인도 그렇단다. 깔깔깔 웃으며 문제의 장소에 도착한다. 
 
 한참을 걸어 도착했더니 10시에 오픈한다고 한다.원래 7시에 오픈하려 했지만, 전기가 나가서 오픈 시간을 연기 했다고 한다. 도착한 시간이 약 8:30 정도 되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를 먼 길까지 데리고 온 Nill은 꽤나 당황한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난 아직도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하다. 10시까지 꽤나 기다려야 하기에 술이나 마시자며 안으로 들어간다. 병맥주가 2,000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에, 잭콕을 시킨다. 잭콕은 6,000원이라고 한다. 맥주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 가격에 충격을 받은 맴버들은 일단 취하는게 주 목적이니 편의점에 가서 술을 마시고 숨겨두자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잔다. 난 다 늙은 삼촌처럼 다시 이 상황이 재미있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고, 지하도를 내려간다. 어두운 지하도에 집시들이 음악을 들으며 침낭에 숨어있다. 다들 꽤나 겁먹은 표정이지만, 어차피 별일이 생기지 않을것을 알기에, 커트코베인을 닮은 Christian과 함께 선두를 맡는다. 지하도를 건너 올라갔더니, 아무것도 없다. 러시안 꼬맹이가 다시 지도를 켠다. 여기가 아니라 아까 저기란다. 우린 또 집시들을 만난다. 내가 집시였으면 겁 주는겸 소리를 한번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집시들은 귀찮아 하며 계속 잠을 청한다. 한참을 걷다보니 편의점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술을 살까 고민하다가, 와인파, 맥주파, 보드카파, 예거마이스터 파로 나뉜다. 난 당연히 예거마이스터파에 참여한다. Conner 는 약 1.5리터는 되어 보이는 큼직한 예거마이스터를 집어든다. 미국인, 이태리인, 러시아인, 한국인 술좀 한다는 맴버들이 예거마이스터를 난도질 하기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예거마이스터를 들이키며 서로를 보며 웃어댄다. 다들 마시고 ㅈ 되어 보자며. 길을 걸어가다가 왼쪽에 파스타집이 보인다. 난 저녁으로 맥주를 마셨기에 Conner와 함께 파스타를 고른다. 4,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우리는 길바닥에 둘러 앉는다. 그리고 보드카, 예거마이스터, 화이트와인, 파스타 를 돌려 먹고 마시며 떠든다. 특히 러시안 꼬맹이는 제정신이 아니다. 이래서 다들 러시안 러시안 하나보다. 갓 20살이 되어보이는 여자애인데, 예거마이스터를 벌컥컥 마시고 담배를 말아피우며 아주 장관이다. 그래. 딸은 낳지말자. 난 삼촌역을 하면서 술은 어떻게마시는지 보여준다. 알딸딸 하다. 다들 위아더월드를 하며 밤거리를 걸어간다. 나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파티장소에 도착한다. 이제 보니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는 연기가 자욱한 공간으로 들어 간다. 무대가 넓게 텅 비어있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살짝 살짝 몸을 흔들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쌍두마차 이태리 꼬맹이와 러시아 꼬맹이가 모드를 무대 중앙으로 밀어 넣는다. 이 답없는 딸래미들은 춤은 이렇게 추는 거라며 열심히 흔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흐름에 동화되어 다같이 흔든다. 
 
##8. Mc donald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같다. 다들 신나게 술을 마시고 나면 햄버거를 먹는다. 한국이었으면 롯데리아에서 불고기 버거를 먹었을 것이다. 얼큰하게 취하고 불고기버거를 삼키면 비로소 인간이 되는듯 하다. 모두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햄버거를 주문한다. 그리고 데리야끼 소스가 뿌려진 버거를 모두 주문한다. 데리야끼 소스 덕분에 맛은 거의 불고기 버거다. 아니, 불고기 버거는 그냥 데리야끼 소스를 뿌려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불고기 버거는 세계를 하나로 묶어준다. 다들 데리야끼 소스가 뿌려진 버거를 먹으며, 이걸 먹어야 사는것 같다며 난리다. 버거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점점 추워진다. 우린 다시 호스텔로 향한다. Nill은 다들 고생 많았다며, 내일 10:30에 도심 투어를 가자고 한다. 참고로 지금은 다음날 오전 11:46이며 11:00에 Conner와 Ryan 그리고 케나다 친구만 나타났다. 미안 캐나다 친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Nill과 Christian, Christian여자친구, Conner와 함께 다시 Bar로 간다. 그리고 우리는 맥주를 더 시킨다. 점점 잠이 온다. Bar에서 잠들수는 없기에 먼저 올라간다고 한다. 샤워를 마치고 내 2층침대로 올라간다. 예상치도 못한 멋진 프라하의 첫날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