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슈니첼! 돈까스 매니아라면 무조건!

2017. 8. 19. 22:56새로운 길

혼자 떠난 체코 여행 3일차

 
##1. 슈니첼
 난 돈까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모든 돈까스를 좋아하진 않는다. 단순하게 뭐먹을래? 응 난 돈까스. 이런 단순한 애착이 아니라, 진정 의미있는 돈까스를 찾기 위한 애착이 크다. 애착이라기 보단 집착이라고 하는게 좋겠다.  어릴적부터 돈까스에 대한 집착을 키워오면서, 맛있는 돈까스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긴 고찰또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평생 가장 맛있었던 돈까스 집을 꼽아 보라고 하면, 솔직히 기억에 나는 돈까스 집은 없다. 그냥 음 이집은 뭐 다시 올 필요는 없겠어. 음 뭐 나쁘지 않네. 여긴 뭐 좀 괜찮네. 이 정도의 평이지, 그래 이곳이다. 이 곳을 내 평생 최고의 돈까스집으로 꼽겠어! 는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먹은 돈까스는 그 식감에 대해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슈니첼을 돈까스라고 불러 되는지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문제를 삼을 수도 있겠지만, 돼지고기를 튀김을 넓은 의미의 돈까스라고 한다면 슈니첼은 돈까스의 한 분파로 봐야 할 것 같다. 마지 일식 돈까스, 옛날 돈까스, 유럽 돈까스 이렇게 말이다. 
 
 Brix호스텔에서 짐을 챙기고 나와서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보니, 프라하 역에서 공항까지 가는 공항 리무진이 있다. 당시 시간은 약 오후 2:30 정도가 되었고, 점심을 먹기 좋은 시간대였다. 마침 시간도 어느정도 여유가 있으니, 프라하 역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공항을 향하면 딱 좋을 시간대였다. 철환이는 유럽에 왔으니 유럽 돈까스를 먹어보고 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돈까스에 대한 집착은 이제 내려 놓았지만, 혹시나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돈까스를 찾을 수도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에 프라하 역 주변의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식당이 보인다. dasfjskl나에게 프라하 음식점의 이름은 대부분 저런식으로 보인다. 드르륵 드르륵 케리어를 끌고 식당에 도착한다. 위치가 아주 독특한데, 큰 길거리에서 보면 찾을수가 없는 구조였다. 
 
 식당에 들어가니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오 매뉴판? 이러더니 한국말로 된 매뉴판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죽죽 뒤져보니 '돈까스' 라고 되어있는 매뉴가 있다. 난 돈까스와 흑맥주를 주문한다. 코젤흑맥주가 나왔다.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결국 먹어야 될건 다 먹고 떠나는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목넘김이 아주 좋다. 이런 맥주라면 원샷 내기를 하더라도 할만 할 것 같다. 물론 정신없이 삼키기엔 맥주가 너무 맛있다. 맥주를 반쯤 먹었을 때 슈니첼이 나왔다. 처음엔 그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마치 고기만 덜렁 두덩이 나온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아래 마카로니가 숨어있다. 늬끼한게 맛이 나쁘지 않다. 혹시 소스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케찹과 타르타르 소스가 있다고 한다. 캐찹과 타르타르 소스를 5:5로 돈까스에 발라서 먹으면 새콤달달하면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집 슈니첼의 진정한 매력은 그 식감이다. 적당히 썰어서 한입 베어 물면, 이가 돈까스의 껍질을 관통하면서 다시 이를 만났을때의 시간이 적절하다. 만약 고기의 두께나 육질이 적절치 못하다면, 이와 이가 만나는 시간 또한 적절치 못할 것이다. 내가 만약 나중에 돈까스 집을 차리게 된다면, 난 이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그 시간을 돈까스집 이름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250ms돈까스. 뭐 이렇게. 
 
 막상 먹다보니 양이 꽤 많다. 확실히 동양인의 양과 서양인의 양은 다르다. 체감상으로 느끼자면, 아시아 식당의 음식 분량을 1이라고 봤을때, 미국은 1.5, 유럽은 1.3정도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선 정말 1인분을 다 먹기가 힘들다. 어릴때 부터 1인분은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 알고 난 다음부턴, 배가 부르면 그만 먹는다. 음식을 남기는건 나쁜 일이지만, 배부른 상태의 몸에 음식을 밀어 넣는것 또한 음식의 낭비이다. 60리터가 들어가는 자동차에 기름이 70리터가 남았다고 해서 10리터를 꾸역꾸역 밀어넣어 봤자, 주유소만 기름바다가 될 뿐이다. 
 
 하지만 돈까스는 남기지 않는다. 늘 그래왔다. 그래서 오늘도 그랬다. 음식값을 지불하고, 웨이터에게 즐겁고 멋진 하루를 보내라고 말해주고 떠난다. 그렇게 프라하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다.
 
##2. 무계획이 계획
 문득 Brix hostel에서 만난 Ryan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호주에서 치과의사로써의 삶을 살다가 일을 그만두고 코펜하겐의 부모님을 만난 다음 유렵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살아온 길도 누군가에겐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에, 내 이야기도 맛있는 맥주와 함께 들려 주었다. 약 한시간의 대화를 나누고 나니, 서로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보통 이정도의 대화를 나누고 나면,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서로 알게 된다. 대화를 어느정도 나누고 난 다음 유럽여행의 다음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아직 그런건 없다고 했다. 삶의 중장기 적인 계획은 크게 의미가 없기에 일부러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점은 나를 꽤나 놀라게 했다. 대뜸 어느날 팀 쿡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앞으로 인생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고. 수많았던 세부적 계획들이 사실 크게 의미가 없었다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행 해 나가는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나에겐 그러한 방법의 삶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진 않았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분명 나의 계획들은 실제 벌어진 일들과 꽤나 일치율이 높긴 했지만, 늘상 수정되고 변경되기 마련이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삶을 살아가던 중 어떠한 변수가 발생했을때, 난 그 변수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하기위에 고민했고, 나의 궤도를 수정했다. 즉, 변수에 대해 예측할 수 없기에, 나의 계획에 대해 변수로 인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유도를 주는 것 자체가 계획의 일부에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머니가 자주 이야기 하시던 '무계획'이라는 계획이다. 이 방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예측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해 고민한다

  2.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반영된 상황들을 추정하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고민한다

  3. 그 중 최악의 경우에 대해 면밀히 상황을 재추정 하고, 만약 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민했던 방법을 통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사실 변수는 삶에서 항상 발생한다. 그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 물음표가 새겨진 카드이기 때문에 삶이 재미있다. 그리고 우리는 한번에 한장씩의 카드만 뒤집을 수 있다. 즉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모든 분석이 불가능 한 것이다. 왜냐하면 첫 번째 뒤집은 물음표 카드로 인해서, 나라는 인생게임 위의 아바타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의 미래를 나의 상상으로 규정 할 필요도 없으며, 규정 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나의 상황과, 곧 뒤집을 물음표 카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게 가장 건강한 상태를 유지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혹자가 말하는 인생의 '기회'를 잡기위한 진정한 준비 이며, 그 '기회'는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인생게임의 물음표 카드덱 안에 단 세장만 들어있는 바로 그것이다. 
 
##3. 뇌와 욕구의 관계
Prague - Incheon 구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브레인 게임 - 수면의 과학 & 상상의 날개' 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중 3때 처음으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뇌'를 읽고, 인간의 삶과 행동, 욕구등이 얼마나 '뇌'의 명령에 종속되어 있는지에 대해 그 개괄적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 이후 이 분야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됐다. 따라서, 뇌에 관련된 어떤 내용을 접하게 되면, 다른 경우보다 그러한 정보의 습득에 선택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뇌에 대단 정보를 더 얻어내고자 하는 나의 '욕구'에 충실한 행동일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이전에는 스스로 '가설'로 규정해뒀던 내용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란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 몇가지 명제는 아래와 같다.
 
  1. 인간의 수면은 온 몸에 있는 각종 오염된 요소들을 다시 정화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2. 한번에 한가지 행동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식사를 하게 되면 소화기관에 혈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를 집중한다. 따라서 이후 피로감이 몰려온다.

  3. 온몸의 독을 정화시키는데에 에너지를 쏟고 난 다음, 꿈을 꾸며 각종 다양한 변수에 대해 자연적인 연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발생하게 되고, 인류의 역사를 바꾼 대부분의 사건들에 대한 실마리는 꿈을 꾸면서 발견했다고 한다.

 
 쉽게 요약 하자면, 잠을 줄이면서 깨어있는 시간의 활동시간을 증가시키게 되면, 물리적인 활동 시간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양적 생산성은 늘릴 수 있지만,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질적 생산성은 늘릴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단순 노동을 통해 경제활동을 했던 세대의 경우엔 잠을 늘리는 것이 경제력 저하를 의미헀지만, 창의적인 생산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것이다.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뇌의 욕구는 아주 단순하다. 피로물질이 혈류에 증가되면서 뇌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양만큼의 신체를 구동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자유의지로 조절이 불가능한 불가항력적 현상이다. 물론 인간은 오랜시간의 진화를 거치면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사용할 에너지를 비축해 뒀다. 하지만 글루코스와 같은 에너지도 결국 양적인 한계가 있고, 이것을 꺼내어 사용하는것은 그것에 합당할 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여야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모든 행동과 선택은 철저히 매슬로우의 욕구피라미드에 의해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 욕구의 우선순위가 사실은 철저히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추정 하자면, 욕구피라미드의 최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는 그 하단의 모든 욕구들이 충족되어야만 실현이 가등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한걸음 더 가정하자면, 현재 자아실현이 불가능한 이유는 하단의 욕구들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의 방향은 너무도 명확하지 않은가? 각 욕구 피라미드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우선적인 선택을 지향하면, 결국 '자아실현'이라는 삶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 될 것이다. 그것이 결국 궁극적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아닐까?
 
##4. 귀국 - 돌아보기
 8월 3일부터 8월 13일까지. 11일의 여행이 끝났다. 이번 여행은 이전의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이전의 여행들은 문제의 답을 찾기위해 일상을 '탈출'했던 것이라면, 이번 여행은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고찰'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스위스, 체코 여행에서 내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의 대상은 아래와 같다.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 그리고 왜 부유한 나라가 되었나?

  • 최상의 '자연환경'이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등이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위스라는 국가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해 그 중요성을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 잘 알고있다. 그 경쟁력 또한 너무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터라,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을 오랬동안 해 왔던것 같다. 기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연환경이 그들의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완화시켜 주고 있고, 그로 인해 타국에서는 만연한 각종 사회 문제들의 발생빈도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